훈련소 - 2건

  1. 2006/10/07 [MK의 군대이야기] #2. 훈련소(1). (3)
  2. 2006/10/02 [MK의 군대이야기] #1. D-DAY. (2)

[MK의 군대이야기] #2. 훈련소(1).

Library/연재    2006/10/07 18:52   by Keith
부모님들과 친구들이 떠나자 일순 주위가 고요해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떠나간 가족이나 애인을 생각할 틈도 없이 호랑이 같은 조교들의 고함소리가 저의 온몸을 죄어 왔습니다. 가뜩이나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진 듯 한 느낌으로 잔뜩 움츠러 든 몸과 마음은 더욱 주눅이 들었습니다.

조교들은 저희들을 소대 단위로 나누더니 소지품 검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돈이나 특정한 물건 등 훈련소에 있는 훈련병들이 가지고 있어서는 안되는 물품을 걸러내기 위함이였겠죠. 저야 그런걸 가지고 있을 생각도 없었으니 맘 편히 소지품 검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입대할 당시에는 첫 1 주일 동안은 '가입교 기간'이라 하여 이런저런 신체검사나 체력테스트를 해서 자격미달인 훈련병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일단 간단하게 소지품 검사 등을 마친 조교들은 가입교 기간에 훈련병들을 통제할 가소대를 지정해 주고 저희들은 내무실을 배정받게 됩니다.

곧 있어, 처음으로 훈련소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되는데 아직까지 사회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던 저는 밥이 정말 맛이 없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드디어 훈련소에서 첫 날 밤을 보내게 됩니다. 보통 군대에선 22시면 취침입니다.
잠이 올리가 없었습니다. 사회에서 22시면 한창 무언가를 하고 있을 시간이기도 하거니와 이런저런 생각들과 낯설은 잠자리로 하여금 저는 물론이고 같은 내무실, 더 나아가 훈련소 동기들 대부분이 쉬 잠들 수 없었던 것이지요.

저 또한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가입교 기간이라 누구나 가고 싶으면
집으로 갈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 대부분의 동기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음 직한 그 생각
을 저 또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대한민국 남자에게 군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미 성대하게 저를 위한 이별파티를 해준 친구들과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미 군대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제대를 하는
그 순간까지는 군생활 이라는 그 기나긴 시간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대라는 그 미지의 장소와 세계가 조금은 두려웠지만 저는 입술을 꽉 깨물며 어떻게든
잠을 자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내가 이곳에서 나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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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7 18:52 2006/10/07 18:52

[MK의 군대이야기] #1. D-DAY.

Library/연재    2006/10/02 18:09   by Keith
2003년, 5월. 02학번으로 희망과 꿈에 부풀었던 대학 생활에 휴학이라는 쉼표를 찍고, 과감히(?) 공군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그리고 6월쯤 되서 저희 집에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성남 비행단'으로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그 후론 한 번도 성남 비행단에 갈 일이 없었는데 지금도 정문 앞에 서 있던 헌병과 그 뒤로 펼쳐진 비행단 내의 모습들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그날, 같이 면접을 보던 사람들과 저희는 어느 한 강당으로 안내되어 그곳에서 면접관 분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저는 어느 인상 좋으신 하사분과 마주 했는데 그 분께서 하셨던 한
질문이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입대하면 여러가지로 힘들텐데 잘 이겨내실 수 있겠어요?"
"예,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없었으면 공군으로 지원하지 않았을 것 입니다."

아마 이런식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하사 분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다음 질문을 하셨고 몇몇 질문을 끝으로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7월쯤에 합격자 발표와 함께 입대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2003년 9월 15일.

제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 중에 하나 입니다. 입대 전에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도 결코 잊을 수 없겠죠.
아버지와 함께 진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던 그 날 아침. 진주에 도착해서의 그 날 오후. 진주 훈련소에서의 생경했던 첫날 밤...

그 시간이 벌써 3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게 가끔은 믿겨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시간 참 빠르다 빠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더 빠른것 같습니다. 하하.

아무튼,
2003년 9월 15일. 오후 2시(제 기억으론).

"입대장병들은 앞으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드디어 시간이 됐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그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건네드리며 짧게 인사를 드리고 아무 미련도 없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갔습니다. 그때 당시, 저에게 여자친구도 없었고, 많은 친구들이 이미 군에 입대한 뒤라 별 아쉬움이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앞으로 제가 경험하게 될 군대 라는 곳에 대한 두려움과 생소함이 느껴졌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 저의 등 뒤로, 입대장병들과 동행한 어머니, 여자친구들의 울음소리가 점차 크게 번져나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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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2 18:09 2006/10/02 18:09